그대로 마셔도, 우유를 첨가해 마셔도 좋다. 이는 녹차뿐 아니라 홍차에도 포함이 되는 이야기이다. 발효차의 일종인 홍차는
찻잎을 발효시켜 만드는 차로 진홍빛의 맑은 수색과 매혹적인 향으로 사랑받고 있다. 홍차의 종류와 세계 유명 홍차 다원
을 통해 홍차의 세계에 한발 다가가 보자. 홍차는 발효정도가 85% 이상으로 떫은 맛이 강하고 짙은 홍색의 수색을 나타
내는 차이다. 서양에서는 홍차의 찻잎이 검은 색을 띈다고 하여 블랙 티(Black Tea)라고도 부른다. 참고로 서양에서
레드티(Red Tea)라고 불리는 차는 루이보스차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잎을 채엽한 후 그대로 놓아두게 되면 찻잎은
천천히 시들면서 산화가 진행된다. 녹차의 경우는 이러한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찻잎을 덖거나 쪄서 열에 약한 찻잎 내
산화효소를 파괴하지만, 홍차는 일부러 찻잎을 시들게 하는 과정인 위조를 거친다. 위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찻잎에 포함
되어 있는 카테킨 등의 폴리페놀류 성분은 산화되어 테아플라빈과 테아루피긴 등의 새로운 성분을 생성시킨다. 테아플라빈
은 홍차에 맑은 광택을 주며, 주로 오렌지색을 생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테아루비긴은 홍차의 색에 깊이를 더해주며 갈색
을 생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발효가 진행될수록 찻잎 내 테아플라빈은 감소하게 되고, 테아루비긴은 증가하여 점점 진한 색
을 나타내게 된다. 홍차는 인도, 스리랑카, 중국, 인도네시아, 케냐 등에서 주로 생산되며, 유럽 특히 영국과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국가에서도 많이 소비되고 있다.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의 우바, 중국의기문 홍차가 세계의 3대 홍차로 손꼽히고 있다. 홍차는 잎차를 그대로 우려서 마시는 스트레이트 티와 우유를 첨가해 마시는 밀크티의 형태로 많이 소비된다.
홍차는 채엽 부위, 혹은 찻잎의 크기에 따라 등급을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제일 위 어린 싹을 FOP(Flowery Orange Pekoe), 그 다음을 OP, P, PS, S로 분류한다. 체코는 어린 싹을 뜻하는 중국 빠이하오 지역의 사투리를 영국인들이 채택한 것이다. 보통 FOP가 가장 맛과 향이 뛰어나며 OP, P, PS, S 순으로 품질을 매긴다. 각 등급 별 특징은 아래의 표와 같다. 홍차는 찻잎이 가지고 있는 성분 중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이 위조와 발효에 의해 독특한 맛과 향기를 내게 된다. 따라서 홍차를 만들 때에는 카테킨 함량이 많은 차나무 품종을 이용하는 것이 우수한 풍미를 만들어 내는 데 유리하다. 최근들어 홍차는 인도, 스리랑카 등 전통적인 홍차 산지뿐만 아니라 케냐를 중신으로 한 신흥 산지와 녹차를 주로 생산하던 일본과 한국에서도 생산되는 등 점차 생산량과 산지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홍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채엽한 찻잎을 위조대에 잘 펴서 넌다. 위조대는 열풍을 이용해 찻잎을 시들게 만드는 장치이다. 위조대에서 찻잎의 수분 함량이 40%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위조를 진행한다. 이후 찻잎을 비비는 유념 과정을 각각 40분, 30분 정도로 진행한다. 유념을 진행하면 찻잎이 붉은 빛을 내는 갈색으로 변한다. 이후 뭉쳐져 있는 찻잎을 풀어주고, 찻잎을 크기별로 분리한다. 분리한 찻잎은 25~30도씨의 온도와 95%의 습도를 갖춘 조건에서 30~100분간 발효시킨다. 발효가 끝날 때쯤에 찻잎을 건조시켜 수분 함량이 5% 이하가 되도록 만들어주면 홍차를 완성시킬 수 있다.
홍차의 샴페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다즐링은 네팔과 부탄의 접경 지역인 인도 동부 히말라야 산맥의 고지대인 다즐링 지역에서 생산되는 홍차로,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로 손꼽힌다. 보통 3~11월에 수확되는데 3월 중순에서 4월경에 첫물차가 생산되고 6~7월에는 향기가 가장 강한 두물차가 생산된다. 다즐링 홍차는 다른 홍차에 비해 엷은 오렌지 색을 띄고 있으며 맛이 부드럽고 단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홍차계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섬세한 맛과 함께 유럽산 포도인 머스캣의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즐링 지역에서는 보통 FOP등급 이상의 고급 홍차가 생산되는데, 다른 지역의 홍차보다 가격이 특히 비싸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홍차와 혼합하여 사용되기도 한다.
스리랑카 우바 역시 세계 3대 홍차로 여겨지는 것 중 하나로 우바는 스리랑카 중부 산악지대에 위치해있다. 스리랑카는 1868년 처음으로 차가 전파된 이후 서양 열강에 의해 대규모의 다원이 조성된 곳이다.스리랑카는 차가 재배되는 지역의 해발 고도에 따라 차를 구분하는데 600m 이하에서 재배된 것을 Low-Grown Tea, 600~1200m에서 재배된 것을 Middle-Grown Tea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High Grown Tea를 최고로 여기는데 우바에서 생산되는 차가 바로 이 High Grown Tea이다. 우바에서 생산된 홍차 중에서도 7~8월에 생산된 홍차가 품질이 가장 좋다. 우바 홍차는 꽃향기와 산뜻한 맛, 그리고 밝은 수색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레몬을 첨가하거나 아이스티로 즐겨도 좋다.
중국 기문에서 생산되는 차는 세계 3대 홍차로 손꼽히는 동시에 중국 10대 명차 중 하나로도 알려져있다. 원래 이름은 기문공부홍차이나 약칭으로 기문 홍차로 많이 불린다. 이 홍차가 생산되는 중국 안후이성 서남부에 위치한 기문 지방은 아열대 기후에 연중 안개가 끼거나 비오는 날이 많고, 토질이 비옥하여 차를 재배하기에 우수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주로 6~8월에 수확된 찻잎으로 홍차를 생산하는데, 일반적으로 8월에 생산된 것들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문 홍차의 수색은 밝은 오렌지색을 띄며, 기문향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도 특징이다. 홍차를 선호하는 영국에 많이 수출되며 영국 홍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대로 마시기도 하지만 베르가못 향을 입혀 어그레이 형태로 즐기거나 다른 재료와 블렌딩하여 즐기기도 한다.
인도 아삼 지역은 홍차 제조법의 일종인 CTC 기법을 최초로 도입한 곳이기도 하다. 1930년대 아삼 지역에서는 기계를 사용하여 홍차를 가공하는 CTC 기법을 개발하여 홍차의 대량생산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CTC란 CRUSH, TEAR, CURL의 약자로 위조 과정을 거친 찻잎을 잘게 파쇄해서 둥글게 마는 방식이다. CTC 기법을 활용해 만든 홍차는 주로 저렴한 티백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데, 전통적인 수제 방식으로 만들어진 홍차에 비해 차의 맛이 강하고 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대량생산을 통해 홍차의 대중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홍차를 즐기는 사람들은 스트레이트로 홍차 그대로의 맛을 즐기기도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향이나 재료를 첨가하여 즐기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홍차에 베르가못 향을 입힌 얼그레이이다. 얼그레이는 1830년대 영국의 수상이었던 찰스 그레이 백작이 차를 마실 때 베르가못 즙을 첨가해 마신 것에서 탄생됐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상큼한 기분을 돋구는 얼그레이는 마카롱이나 머랭 등 달콤한 디저트를 곁들인 티 타임에 활용하기 좋은 차다. 얼그레이의 고운 선홍빛 수색이 눈을 즐겁게 하고, 베르가못 향이 오후의 나른함을 씻겨주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다. 여름에는 깔끔한 맛으로 그냥 즐기기에 좋으며, 가을에는 우유를 더해 따뜻하고 부드럽게 즐기기에 좋다. 우유를 넣어도 얼그레이 고유의 향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우유를 더한 밀크티 형식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시간을 조금 더 두어 얼그레이가 진갈색이 될 때까지 진하게 우려낸 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차이는 인도에서 홍차를 즐길 때 사용하던 방식으로 홍차에 우유, 계피, 정향 등의 향신료를 함께 넣고 끓여서 마시는 차를 말한다. 차이를 마시면 홍차의 맛과 어우러진 향신료의 강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데, 넣는 향신료의 종류와 양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중 수 있다. 애플티는 홍차에 말린 사과를 넣거나 사과향을 첨가해서 만든 차이다. 보통 일반적인 홍차에 미량의 사과향을 첨가해서 만드는데 홍차 본연의 향과 사과의 향이 잘 어우러져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사과를 껍질때 넣고 끓인 물을 사용하여 홍차를 우리면 된다. 이 밖에도 시중에는 홍차에 커피콩을 블렌딩하여 쌉싸름한 홍차와 커피의 그윽함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거나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로즈힙 등의 허브, 파파야 등의 과일, 장미 등의 꽃잎을 섞은 홍차 등 다양한 종류가 많이 출시되어 있으니 기호에 맞게 선택해 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