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한복을 떨쳐 입고 찻상에 앉은 그녀는 찻물을 따르고 도자기 함을 열었다. 안에는 찻자리의 격을 더하고 입맛을 돋우는 차 음식이 맵시있게 앉아있는데, 곁에 있는 다화보다 화사했다. 솜씨좋게 머리카락을 빗어넘긴 정수리를 매만진 뒤, 이윽고 그녀의 차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친가는 계동 종갓집으로 아버지는 장남이 아니지만 집안 살림을 도맡았고 그녀도 어렸을 때부터 반가의 식문화를 접하며 자랐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면서는 매주 수십 명의 밥상을 차리면서 손맛은 맵고 알뜰해졌다. 살림은 어려웠어도 사람들에게 밥 한끼는 제대로 대접했다. 말로 표현하는 건 서툴러 손 맛으로 정을 전하고 했던 것이다.
그녀는 배우고 실천하는 게 몸에 배어있다. 한식을 배우면서 일식, 프렌치, 이탤리언을 두루 맛보고 함께 익혔다. 차와 인연은 맺은 것도 그 즈음이었다. 지인의 부탁으로 차회에 참가하면서 필요한 음식을 함께 가져갔는데 이것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이 분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갔다.
다식은 재료를 가루로 만들고 꿀로 반죽해 다식판에 찍어낸 걸 의미하지만 광의적으로 보면 차와 어울리는 음식 전반을 포함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다식은 맛과 향이 좋으면서 차의 색, 향, 미를 해치지 않는 담백한 풍미를 지녀야 한다. 전통적인 다식은 주로 곡류와 꿀을 썼다. 꿀에는 단당류 탄수화물인 포도당과 과당이 있고 곡류는 다당류 탄수화물이 있어 차의 효능을 돕고 지원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낸다. 또한 단맛은 긴장을 풀어주어 찻자리의 분위기를 더욱 화목하게 만든다. 그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식을 만들되 모던한 모양새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