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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름선

커피 애호가들은 커피를 마실 때 원두의 품종과 원산지를 체크하곤 한다. 원두의 품종과 원산지에 따라 각각의 맛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커피 생산지인 브라질, 콜롬비아, 케냐, 에티오피아, 자메이카, 페루 등의 국가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각각 품종, 재배환경, 수확시기, 가공법 등에 있어 차이가 있으며, 이는 맛의 차이로 이어진다. 녹차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녹차도 품종, 재배환경, 채엽시기, 가공법 등에 따라 맛의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녹차를 분류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도 채엽시기와 가공법에 따라 녹차가 어떻게 분류되는지 알아보자.


때에 맞추어 차를 마신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차를 마시는 것은 더운 물에 찻잎을 넣어 우려 마시면 되는 간단한 일인 듯 하지만, 정말 맛있는 차 한잔을 마신다는 것은 알맞은 기후,비옥한 토양, 재배와 채엽에 대한 노고, 정성을 들인 덖음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뤄야 한다. 중국 송나라 때에 쓰인 대관다론이란 다서를 보면, 차를 따는 날짜를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차 만들기에 좋은 날씨를 만나면 축하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24절기 중 차와 관계가 있는 절기는 청 명과 곡우이다. 청명 이전에 채엽한 잎으로 만든 차를 화후차라고 한다. 24절기 중 곡우는 청명과 입하 사이에 들며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하여 붙여진 말이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화전차는 봄을 준비한 새순이기 때문에 맛과 향이 응축돼 있어 최고급 차로 여겨졌으나 우리나라는 지리 위치상 화전차를 생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국내에서는 연간 3~4회의 차 수확이 가능한데, 잎의 수확시기에 따라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 네물차로 나눈다. 봄에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첫물차는 감칠맛이 좋아 가장 좋은 품질의 차로 인정받고 있다. 보통 빨리 채엽한 차일수록 떫은 맛이 적고, 감칠맛이 잘 조화되어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반대로 채엽 시기가 늦어질수록 찻잎이 커지며 쓰고 떫은 맛이 더해지지만, 수확량은 증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첫물차는 수확하는 시기에 따라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하늘이 맑아진다는 청명 전에 수확하는 차는 명전차, 봄비가 내려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를 전후한 시기에 따서 만든 차는 우전차, 곡우 이후에 만들어지는 차는 세작, 중작, 대작이라고 불린다. 첫물차는 지난 해 가을부터 겨울을 거쳐 지속적으로 광합성과 양분을 공급받아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장 풍부한 영양소를 지니고 있다. 차 속에는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특히 아미노산의 함량이 두물차, 세물차에 비해 1.7~2배 정도 높아 감칠맛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옥로차는 찻잎이 한 장 정도 나올 무렵, 차나무 위로 햇빛을 차단하는 흑색의 차광막을 씌워 15~20일간 재배한 찻잎으로 만든 차이다. 차광재배를 하면 차나무가 수분을 많이 함유하게 되어 찻잎의 조직이 부드럽고, 떫은 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녹색의 엽록소가 증가하여 맑은 풀잎색을 띄는 아름다운 수색을 지니게 된다. 다만 옥로차를 만들기 위해서 차광 재배한 차나무는 차광에 의해 수세가 약해지기 때문에 보통 1년에 한 번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조선 후기의 승려 각안(1820~1896)은 초의차라는 시를 총해 초의선사(1786~1866)가 만든 차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각안은 직접 차의 약효를 경험한 후에 초의차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시를 통해서 곡우에 우수한 찻잎만 가려 정성을 다해 덖어 만든 초이선사의 우전차를 간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다. 우전차는 봄을 준비한 새순으로 만들어지는, 맛과 향이 응축되어 있는 고급차이다. 좋은 우전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햇빛이 차의 맛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해가 뜰 때까지 채엽하는 것이 좋다. 차는 앞서 채엽한 잎일수록 크기가 작기 때문에 우전차 용으로 쓰이는 잎 또한 크기가 새끼 손톱 정도의 크기로 매우 작다. 시중에서 가끔 상대적으로 찻잎의 크기가 큰 세물차용 찻잎을 사용한 차를 우전차로 속여 파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찻잎을 물에 불려 본래의 잎인지 세물차용 찻잎을 잘라서 만든 것인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우전차는 보통 순하면서도 끝맛이 달고 구수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곡우에서 입하 사이에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차를 세작이라고 한다. 세작은 채엽과 생산이 진행되는 봄에 마셔도 좋고, 봄 햇살을 느껴보고 싶은 다른 계절에 마셔도 좋다. 세작은 찻잎의 모양이 참새의 혀를 닮았다고 하여 작설차라고도 불린다. 세작은 보통 순향과 청취빛 수색, 그윽한 향이 함께 어우러지며, 구수하고 쌉쌀한 감칠 맛을 낸다. 맑은 청취빛 수색 때문에 찻물을 잔에 따르면 하얗게 부서지는 작은 물결을 볼 수 있다. 작설차를 두고 [동의보감]에서는 기를 내리게 하고, 뱃속의 오래된 음식을 소화시키며, 머리를 맑게 해주고 이뇨작용을 해 당뇨를 치료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세작의 경우 특히 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각종 세계 차 콘테스트에서 수상을 하거나 호평을 받은 사례가 많다. 세작은 적당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로 인해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녹차 중에 하나이다.


녹차는 채엽시기뿐 아니라 제다 방법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찻잎을 솥에서 덖는(살짝 볶음) 덖음차의 경우 구수한 맛이 강한 것 이 특징이며, 찻잎을 백도씨의 수증기로 30~40초 간 찌는 증제차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또한 찻잎을 증기로 찐 다음 덖는 옥록차의 경우 구수한 맛과 깔끔한 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찻잎이 나올 무렵 차광막을 씌운 후 15~20일 간 재배한 옥로차는 감칠 맛이 좋고, 진한 녹색의 수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찻잎을 맷돌과 같은도구를 이용하여 아주 미세한 가루로 만든 가루차(말차)등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맛의 조화를 위해 혹은 보다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덖음차와 증제차를 혼합하여 차를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