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이틀의 손을 거쳐 출판이라는 과정을 통해 실제의 예술작품이
어떻게 책에 담겨 졌는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종이라는 매개체가
예술적 창작물인 책으로 재탄생 되는 여정을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현대 사진가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로버트 프랭크의 The
Americans(디 아메리칸, 1958년 출간)이 출간 50주년을 맞아 슈타이틀의 손길로 재 탄생된 과정과, 팝 아트 작가 짐 다인의 판화원판
느낌을 책 속에 재현하기 위한 정교한 디자인적인 고민들, 그리고
이를 통해 책의 디자인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됩니다. 또한 타이포 그래피를
회화에 접목시킨 작업으로 유명한 에드 루쉐(Ed Ruscha)의 권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On the Road(온 더 로드)가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며 귄터 그라스, 그림형제 문학작품의 커버가
디자인되는 과정이 공개됩니다. 더불어 오랜 시간 패션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샤넬의 인쇄물들이 보여준 실험적인 시도와, 칼 라거
펠트와 슈타이들의 협업이 예술서적만이 아닌 상업브랜드에서 거둔
성공적인 결과물을 한 눈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편 코토 볼로포와
짐 다인은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새로운 책을 발간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디지털은 잊기 위함이고, 아날로그는 간직하기 위함이다.(Digital is made to forget, Analogue is made to remember.)라는 오늘날 디지털 매체의 한계를
지적한 사진가 로버트 폴리도리(Robert Pollidori)의 언급은 책에 대한 슈타이들의 가치를 잘 보여줌과 동시에 이번 전시의 의미를 더해줍니다. 넘쳐나는 무
분별한 출판ㆍ인쇄물의 가치를 재고하고, 단순한 예술서적을 넘어 한 권의 잘 만들어진 책이 예술작품으로서 지니는 가치를 재조명하는
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희미해져 가는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하고 종이로 전해지는 감동을 새롭게 느껴보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